(::만현스님 법문집서 비판::) 1970년대 대한불교 조계종의 포교부장을 지내는 등 중앙 종단에 서 활약하다 이후 30년 가까이 은거수행을 해온 만현(68·사진) 스님이 최근 펴낸 법문집 ‘21세기 붓다의 메시지’(현지궁현지 사)를 통해 ‘깨달음’의 문제 등 한국 불교의 핵심적인 사상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.
강원도 춘천 현지사의 회주로 있는 만현 스님은 이 법문집에서 “선종과 대다수의 대승 불교학자들이 ‘마음이 곧 부처’라는 말을 ‘마음을 깨치면 불(佛)’이라고 해석하면서 공부를 멀리하 고 있다”면서 “견성은 공부의 시작에 불과하며 붓다를 이루는 머나먼 도정의 출발점”이라고 일갈하고 있다.
만현 스님은 먼저 현재 불교계 주류의 깨달음의 관점에 대해 문 제를 제기하고 있다. 우선 “견성(見性)이 곧 성불(成佛)이라는 선가의 기치는 분명코 잘못됐으며, 설사 견성을 하고 나서 보림( 깨침을 유지하면서 윤회의 습을 떨치는 과정)을 마친다고 하더라 도 곧 붓다가 되는 것은 아니다”라고 주장한다. 스님은 “인간 능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아라한에 그칠 뿐”이라고 단 언한다. 이는 마음자리를 깨침(見性)으로써 곧 성불이라는 현재 선가의 이해와 다른 것이다.
스님은 그 다음 단계의 보살과 붓다의 과정은 수행이라는 자력( 自力)뿐 아니라 부처님의 위신력(타력·他力)의 도움 없이는 불 가능할 뿐더러 견성의 과정보다 더 힘든 공부의 길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다.
만현 스님은 또 “지옥과 극락은 따로 존재하고 있는 실재가 아 니라, 우리 마음의 산물에 불과하다”라는 주장이 퍼져 있는 현 대 불교에 대해 크게 일침을 가한다.
스님은 “생사관(生死觀) 하나 뚜렷하지 않고, 불교수행의 기본 은 철저한 지계(持戒·계율을 지킴)에 있는데도 승려들의 승행은 심각할 정도로 타락하고 있다”라는 지적이 그것이다. 스님은 특히 스님들의 음행죄는 결코 구제될 수 없으며 지옥과 극락도 실제 존재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.
엄주엽기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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